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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지도자의 덕목

by new-info-spring 2025. 6. 12.

지도자의 덕목

 

지도자의 오만함은 그냥 두어서도 안 되고 그저 욕심대로만 행동해도 안 되며 그 뜻을 가득 채워서도 안 되고, 또한 즐거움이 지나치게 두어서도 안 된다는 글을 백성을 다스리는 지도자에게 주는 글로 예기에 실려 있는 글이다. 함께 실려 있는 글 가운데에는 새겨볼 만한 내용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깊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엄정하게 하고, 말은 안정되게 말하며, 백성을 두루 평안하게 하라는 글이다.

이는 지도자의 기본적인 덕목 네 가지를 가리키는데 공경하지 않음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의 몸과 마음이 균형있게 수양이 된 상태를 말하고 엄정함은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말한다. 말을 안정되게 하는 것은 언행이 급박하지 않아서 신중한 상태를 뜻하니 지도자가 이런 자세를 갖추고 있다면 자연히 백성들은 평안해지는 것이다. 

 

위의 첫번째 글은 지도자가 앞의 가르침을 지키지 못했을 때에 나올 수 있는 모습을 경계하는 것으로 오만함이란 공경함의 반대로 자기 수양이 덜 되었을 때 나오는 모습이다. 사람은 지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자만하게 되는데 학문의 경지가 조금 올라도 마찬가지여서 이 때에 자기 자신을 잘 살펴서 스스로 지나침을 경계하고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절제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오만함과 욕심

 

채근담에는 세상을 뒤덮는 공로가 있더라도 뽐낼 긍 자 하나를 당하지 못하며, 하늘에 가득 채우는 허물이라도 뉘우칠 회 자 한 글자를 당하지 못한다는 글이 있다. 양명학의 창시자인 왕양명도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병폐란 오만한 오 자라고 말한 것처럼 학문과 수양의 진정한 목적은 오만한에서 벗어나 자신을 낮출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선인들의 조언이다.

욕심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모든 욕심은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 생겨나고 자라나는 것이다. 재물도 권력도 학문도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닦아서 완성해나가고 더 높은 경지에 오르려는 욕심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분수에 넘치거나 의롭지 못한 욕심에 끌려다니는 것이 문제이다. 스스로 만족할 줄을 모르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탐욕을 부리게 되고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에 빠지게 된다.

 

뜻을 가득 채우는 것은 앞의 두 가지에 비해서는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역시 과도할 경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역시 더 큰 것을 얻고자 하는 욕심이기 때문이다. 만약 뜻을 가득 채우고자 하는 욕심이 생긴다면 물극필반 즉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뒤집힌다는 이치를 깊이 새겨야만 하는 때이다. 그릇이 가득 차면 넘치고 달이 가득 차면 기우는 법이다.

즐거움을 극한에 이르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도 마찬가지 이치로 순간적인 쾌락을 좇다 보면 더 큰 자극을 찾아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따라서 즐거움을 좇더라도 찰나적인 쾌락이 아닌 여운이 긴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데 예를 들면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데서 오는 자기만족이나 다른 사람을 돕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다.

 

욕심의 절제

 

이로써 보면 예문의 네 가지 덕목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에 어긋나는 일들을 바로잡아서 회복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 핵심은 욕심을 절제하는 것으로 맹자는 마음을 수양함에 있어서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으며 그 사람됨이 욕심이 적다면 설사 그 본래의 마음을 보존하지 못하더라도 잃는 정도가 적고 그 사람됨이 욕심이 많다면 본래의 마음을 보존하더라도 보존됨이 적다고 말하였다. 결국 수양이란 욕심을 절제하는 것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덕목

 

지도자가 취해야 할 구체적인 덕목들은 다음과 같다. 현명한 자는 친밀하게 대하는 동시에 공경할 줄 알고, 두려워 하면서도 사랑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사람의 부족한 점을 알고, 미워하더라도 그 사람의 선한 측면을 안다. 재물을 쌓을 줄 알되 동시에 그것을 필요한 곳에 유용하게 베풀 줄 알고, 평소에 편안한 것을 편히 여기면서도 그것이 의리에 맞지 않을 때에는 바로 버릴 줄을 안다. 사람은 재물을 쌓으려는 본성이 있지만 그것을 구차하게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하고, 곤란을 당한다면 구차하게 모면하려고 하지 말고, 싸움에서 내가 이기려 하지 말고, 물건을 나눌 때에는 내가 더 많이 차지하기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의심나는 일이 있으면 자신이 바로 잡아서 결정하지 말고,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줄 알지만 나만 옳다고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이 내용들을 새겨보면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상황을 이겨내고 상황을 다스려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좋은 상황에 취해서 내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면 안 되고 나쁜 상황에 빠져서 내 자신을 버려서도 안 된다.

 

지도자의 덕목

 

다산의 삶

 

다산 또한 긴 귀양살이를 견디면서 결코 마냥 즐거웠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비록 그는 나중에 말하기를 내가 스무 해 동안 세상 일에 잠겨서 선왕의 도리를 잘 알지 못했더니 이제서야 여기에서 여가를 얻었다고 언급한 적도 있지만 귀양살이에서 그 마음을 잘 다스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다산은 그의 힘겨운 시절에서도 즐거운 일들을 찾고자 했으니 시와 음악을 즐겨 하면서 그 지역의 가까이 근무하던 목민관들 중에서 마음이 잘 통하는 벗을 만들어 교류하기도 했다. 

당시에 강진 병영에서 일하던 이중협이라는 인물도 그 중 한사람으로 다산은 이중협이 병영을 떠날 때 그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는 것이니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라 할 수 있고,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오는 것이니 즐거움은 괴로움의 씨앗이라 할 수 있겠다.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를 낳는 것은 움직임과 고요함, 그리고 음과 양이 서로 뿌리가 되는 것과 같아서 이치에 통달한 사람은 그러한 연유를 아는지라 사물에 깃들어 숨어 있는 것을 살피고 성하고 쇠하는 세상의 깊은 이치를 헤아려서 내 마음이 상황에 응하는 것을 항상 뭇사람과 반대로 한다. 그런 까닭에 두 가지가 항상 그 취향을 나누고 그 기세를 죽이게 된다.

 

다산은 힘들었던 귀양 생활을 통해서 삶의 즐거움과 괴로움이 서로 통해서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면 반드시 반전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도덕경에 나오는 물극필반의 이치이다. 즐거움에 취하는 것도, 괴로움에 짓눌려 허우적거리는 것도, 오만함이 지나쳐 하늘을 찌르는 것도 모두 자신을 잃는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꼭 붙잡아야 하는 것은 바로 내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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