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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진정한 우정

by new-info-spring 2025. 6. 9.

벗을 사귀는 법

 

맹자의 제자 만장이 벗을 사귀는 것에 대해 물어보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벗을 사귈 때는 자신이 연장자임을 내세우지 말아야 하고, 신분이 높다는 것을 내세우지 말아야 하며 형제를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벗이란 그 사람의 덕을 사귀는 것이기에 그 사이에는 어떤 것도 개입하면 안 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내세우다라는 뜻의 협인데 협은 원래 갖고 있다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단순히 갖고 있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내세운다는 것으로 나이나 신분, 그리고 가문의 배경도 마찬가지이다.

조금 더 심해지면 자신의 조건을 자랑하고 교만하게 굴기에 이르는데 이렇게 되면 진정한 우정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마찬가지로 만약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면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이익에 좌우되는 관계가 되는 것으로 상대방은 나의 신분이나 권세를 보고 사귀는 것이 되고, 나 역시 함부로 부릴 수 있는 수족과 같은 존재로 친구를 보게 된다.

만약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정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투다가 결국에는 곁을 떠나게 된다.

 

맹자가 말한 우정

 

맹자는 이 말을 하고 진정한 우정을 보여줬던 몇 사람의 사례를 함께 말해주었다.

먼저 맹헌자란 인물은 백 대의 수레를 가진 권력자로 다섯의 친구를 사귀었는데 자신이 명문가라는 사실을 내세우지 않았다. 작은 나라 비국의 군주 혜공, 큰 나라의 군주 진 평공, 요임금과 순임금, 이 모두는 권력과 부귀 그리고 나이를 내세우지 않고 진정한 우정을 나눈 사람들이다.

 

진정한 우정

 

맹자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존경하는 것을 귀한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고 하고,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존경하는 것을 현자를 존중한다고 한다. 귀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나 현자를 존중하는 것이나 그 의미는 동일하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존경하는 이유는 지위나 권세 때문이 아니라 그가 보여주는 덕과 인품 때문이고, 윗사람 역시 아랫사람이 가진 능력과 지혜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덕과 인품, 그리고 지혜를 존중하고 아끼는 것은 모두 한 가지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소중하고 귀한 것을 진정으로 따르는 마음, 상대방을 진정으로 공경하는 마음이다. 만약 공경하는 마음이 없이 가볍게 취미를 함께 하거나 오직 이해득실만을 따져 만나는 관계라면 그 우정은 오래갈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맹자가 살던 당시에도 그런 사귐이 많았던 것 같다.

 

고서에 나오는 우정

 

고서 이정전서에는 우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쓰여 있다.

근래에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천박해져서 서로 기뻐하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지내는 것을 뜻이 맞는다고 하고, 원만해서 모나지 않는 것을 서로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니 이와 같은 우정이 어찌 오래갈 수 있겠는가. 오래도록 우정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서로 공경해야 한다. 임금과 신하, 친구 사이 모두 마땅히 공경을 위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장자전서에서는 우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은 부드러운 태도로 아첨 잘하는 사람을 사귀며, 서로 어깨를 치고 옷소매를 잡아당기는 것을 의기투합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한 마디 말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방 화를 낸다. 벗을 사귈 때는 서로 몸을 낮추어 겸손한 태도를 가지려고 항상 노력해야 하며, 벗 사이에 공경을 위주로 노력하는 사람들만이 날로 친해져서 서로 발전시켜 주는 효과를 가장 빨리 얻을 수 있다.

 

겸손함과 교만함

 

다산 정약용도 친구에게 항상 교만하지 않은 자세를 권했는데 그가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두 친구에게 보낸 글 속에서 이러한 생각을 잘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사신으로 연경에 가는 교리 한치응을 전송하며 그 얼굴에 뽐내는 빛이 있는 것을 보고 쓴 글에는 중국이 중앙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중앙이라는 뚜렷한 다산의 생각과 그 사실을 친구에게 깨우쳐주고자 하는 진심이 담겨 있다. 

대개 해가 정수리에 있는 것을 정오라고 하는데 정오를 기준으로 해가 뜨고 지는 시각이 같으면 내가 선 곳이 동쪽과 서쪽의 중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북극은 지면에서 약간 도가 높고 남극은 지면에서 약간 도가 낮기는 하지만 오직 전체의 절반만 된다면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남과 북의 중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동서남북의 중앙을 얻었으면 어디를 가든 중국 아님이 없으니 어찌 동국(당시의 조선)이라고 한단 말인가? 그리고 어디를 가도 이미 중국 아님이 없는데 어찌 별도로 중국이라고 한단 말인가? 내 벗 한치응이 사신으로 연경에 가게 되자, 자주 중국에서 노니는 것으로 얼굴에 뽐내는 빛이 있어서 내가 일부러 중국, 동국이란 말을 하며 그를 자제시키고자 하였다.

 

다산의 또 다른 친구 박종순이 중국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는 글을 통해서도 친구에 대한 다산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조정의 사대부로서 외국에 사신으로 가는 사람을 내가 일찍이 보았는데 평소에 어깨를 치고 발을 맞대며 가까이 지내던 동료나 친구들을 한 번도 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종순만은 때때로 나를 찾아왔는데 내가 이 때문에 그가 벼슬에 담박한 것을 알았다. 조정의 사대부로서 외국에 사신으로 가는 사람을 내가 일찍이 보았을 때 수레가 길거리를 메우고 역관과 돈 많은 사람들이 집에 가득했다. 그런데 박종순이 서장관이 되어서는 문전과 집안이 평상시처럼 조용하니 내가 이 때문에 그가 이익에 소탈한 것을 알게 되었다. 대체로 벼슬에 담박한 사람은 사물을 살피는 것이 분명하고, 이익에 소탈한 이는 부정을 다스리는 데에 엄격하다. 이미 분명하고 엄격하니 그는 서장관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데 내가 또 무슨 권면할 것이 있겠는가.

 

이처럼 다산이 그의 두 친구에 대해 이야기한 바가 바로 겸손함과 교만함이다. 물론 다산은 자신의 두 친구 모두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지위나 벼슬에 휘둘리지 않고 변함이 없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서 충고한 것이다. 중요한 임무를 맡고 나서 조금은 교만한 빛을 보이는 친구에게는 겸손하게 처신하기를 부드럽게 권했고, 겸손하고 담박한 친구에게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칭찬을 해 주었다.

 

진정한 친구

 

이처럼 진정한 친구란 친구에 대한 존중과 공경의 마음을 바탕으로 삼고, 어떤 사심도 개입시키지 않으면서 진심으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사람, 바로 이런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는 내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는지, 나는 내 친구들에게 이런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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