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는 좋은 벗을 사귀어야 한다는 말이 거듭해서 실려 있는데 학문과 수양에서는 함께 동행하는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으로 사귀지 말라, 인한 사람이 사는 마을에 거처하지 않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 사람의 허물은 그가 어울리는 무리를 따른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등등 표현은 다르더라도 모두 좋은 이웃과 벗을 사귀어야 한다는 말들이다.
유익한 벗과 해로운 벗
하지만 그러면 어떤 친구가 좋은 친구인지 해로운 친구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주지는 않았는데 고서 계씨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유익한 벗이 셋이 있고 해로운 벗이 셋이 있는데 곧은 사람, 신의가 있는 사람, 견문이 넓은 사람을 벗하면 유익하고, 아부하는 사람, 줏대 없는 사람, 말만 잘 하는 사람을 벗하면 해롭다는 말이다. 유익한 벗 세 종류와 해로운 벗 세 종류를 딱 집어서 말해 주는 이 말에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말의 신의에 관한 것이다.
공자는 사람됨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말로 판단했는데 논어의 맨 마지막 문장인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는 문장이 뜻하는 바와 같이 말은 곧 사람이며, 사람을 알려면 그의 말을 제대로 듣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내가 하는 말로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주자는 저서 집해에서 벗에 대한 위의 말을 이렇게 해설했다. 벗이 곧으면 고쳐야 할 잘못을 듣게 되고 벗이 신실하면 함께 신실함에 나아가고 견문이 많으면 밝음에 나아간다. 편은 익숙함이다. 편벽은 격식에만 익숙하고 곧지 않은 것이고, 선유는 남을 기쁘게 하는 것만 잘하고 성실하지 않은 것이고, 편녕은 말에만 익숙하고 듣고 보는 것에 실체가 없는 것이니 세 가지 손익은 정반대가 된다. 이는 유익한 벗과 해로운 벗은 각각 반대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유익한 세 가지 벗
곧은 사람은 정직하고 강직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때와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대할 때에도 솔직하고, 자기 스스로가 쉽게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 만큼 친구 역시도 나쁜 길로 인도하지 않는다.
신의가 있는 사람은 진실하고 믿음직해서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책임감이 있어서 솔선수범하는데 이런 친구의 곁에 있으면 그의 좋은 점을 닮게 되고 함께 신실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은 깊은 식견과 다양한 견문이 있어서 매사에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창의적인 발상으로 분위기를 즐겁게 하는 것은 덤이라 할 수 있다.
해로운 세 가지 벗
그 다음 해로운 세 가지 벗도 역시 말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데 공자는 주로 말에 흠결이 있는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먼저 아부하는 사람은 말과 행동에 진실성이 없어서 겉으로는 예의를 잘 지키는 것 같지만 속은 다르니 상대를 살피면서 살뜰하게 비위를 맞추더라도 이 사람의 관심사는 자신의 이익뿐이다.
줏대 없는 사람은 선량한 사람으로 보여서 평소에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 마음에 일정함이 없다. 특히 손해 보는 일이 생기면 얼굴색을 바꾸고 냉정해진다.
말만 잘하는 사람은 말이 가벼워 신뢰감이 없어서 말은 그럴 듯 해도 정작 그 화려함이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당연히 자신의 말을 쉽게 잊어버린다.
공자의 가르침은 원래 비유와 상징이 많아서 그 뜻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것도 많지만 공자가 말했던 벗의 종류와 구별법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다. 그 핵심은 그 사람의 말의 신실함이어서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벗으로 사귈지 말지를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것이다.
진정한 벗
다산 역시 친구의 존재를 소중히 여겼기에 많은 친구가 있었고, 함께 공부하고 여가를 즐기며 교제했다. 하지만 귀양길에 이르자 많은 친구들이 연락을 끊었다. 다산은 곤궁한 시절에도 친구를 잃지 않았던 두보를 부러워하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유배된 후로 절친하던 친구들은 모두 끊어졌고, 사람들은 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았다. 그들에 대한 나의 정 역시 점차 소원해져서 날로 멀어지고 잊혀만 간다. 다만 모진 풍상을 맞기 전에 즐겁게 노닐던 발자취를 더듬어보면 눈에 선하고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진정한 벗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친구를 사귈 때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를 남하창수집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벗이 있다. 그러나 문예로 벗을 사귄 사람은 때로는 기예와 재능을 다루다가 한 글자 한 구절의 잘하고 못한 데에서 틈이 벌어져 그 좋은 인정과 의리를 보전하지 못하고, 명분과 절조로 벗을 사귄 사람은 때로는 기개와 절조를 서로 높다고 오르고 내리고 굽히고 펴는 사이에 뜻이 엇갈려 그 좋은 정의를 보전하지 못하고, 도학으로 벗을 사귄 사람은 경서의 뜻을 논변하거나 예법의 이견으로 시비가 생겨 마침내 원수가 된 경우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오직 덕행으로 사귄 벗만이 처음에는 서로 마음에 감동하여 사모하고 오래되면 화합하여 감화되며 마침내 금석처럼 친밀해져 떨어질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벗 삼기는 지극히 어려우나 일단 심고 나서는 변함이 없으니 이것이 군자의 벗 삼는 도리라 할 만하다.
친구 관계
좋은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지만 사귄 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오랜 친구라도 해도 쉽게 갈라서고 멀어지는 것이 친구 관계이기 때문이다. 학문의 이견이나 신념의 차이로 서로 우열을 다투다가 멀어지는 친구 관계에 대해 다산은 올바른 덕을 기반으로 사귀면 변함이 없고 자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친구를 사귀는 도리이며, 덕을 바탕으로 할 때 작고 사소한 일로 멀어지는 일이 드물게 된다고 말한다.
진실한 친구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좋은 친구를 고르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먼저 좋은 덕을 갖춘 사람이 되는 일이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좋은 이웃이 찾아온다는 옛 말처럼 스스로를 먼저 갈고 닦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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