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우선순위
급선무라는 단어는 요즘도 잘 쓰이는 단어이지만 그 유래는 2,300여년 전 인물인 맹자의 말을 기록한 고서 맹자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서둘러서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이다. 맹자에 나온 글은 이러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모르는 것이 없지만 눈앞에 닥친 일은 서두른다. 인한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친족과 현자를 사랑하는 일을 서둘러 먼저 한다. 요순의 지혜로도 만물을 두루 알지 못한 까닭은 먼저 해야할 일을 서둘렀기 때문이고 요순의 인으로도 두루 사랑하지 못한 까닭은 친족과 현자를 사랑하는 일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맹자는 지혜로운 사람과 인한 사람이 가장 먼저 서둘러서 해야 할 일을 설명하면서 급선무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에서 요순은 가장 지혜롭고 휼륭했다는 중국의 전설적인 지도자로 이처럼 지혜롭고 인한 사람도 모든 것을 알지 못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까닭은 시급하게 먼저 알고 시급하게 먼저 사랑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어서 아는 것과 사랑해야 할 대상에도 분명한 우선순위가 있다는 주장이다.
맹자의 이러한 생각은 공자의 철학을 그 뿌리로 삼고 있는데 공자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부자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으로 가족을 사랑하고, 나아가 이웃을 사랑하고, 그 다음에 세상 사람들을 사랑함으로써 온 세상에 사랑이 퍼져나가도록 하라고 했다.
맹자는 공자의 생각을 이렇게 정리했다. 군자는 만물을 아끼지만 모두 인으로 대하지는 않았고, 백성을 인으로 대하기는 하지만 모두 친밀하게 대하지는 않는다. 먼저 친족을 친밀하게 대하는 데에서 나아가 백성을 인으로 대하고 백성을 인하게 대하는 데에서 나아가 만물을 아낀다.
이에 따르면 아끼는 대상은 친족에서 시작해서 백성과 만물로 확대된다는 것으로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고, 아무리 훌륭한 일이라고 해도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맹자는 인의 근본을 이야기하면서 그 시작은 바로 친족, 즉 가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곁에 있는 가족부터 사랑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향한 사랑을 외치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공허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시간 관리
순자에 실려 있는 예문도 역시 같은 생각을 언급하고 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인의의 근본을 실천하는 것인데 그것을 버려두고 다른 일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런 일들은 쓸데없는 말과 급하지 않은 일이라고 순자는 말했다. 위 예문의 뒤에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나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삼강오륜에 있는 군신 사이의 의리, 부자 사이의 친함, 부부 사이의 분별로 이것들은 날마다 갈고 닦아 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쓰여 있다.
시간 관리에 관해서 한때 중요한 일과 급한 일 가운데에서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리더십과 시간 관리의 대가인 스티븐 코비의 저서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에서도 이에 대해 쓰여 있는데 스티븐 코비는 급한 일에 쫓기지 말고 중요한 일에 집중함으로써 일의 원칙과 근본적인 가치를 명확히 하라고 주장했다. 일의 효율과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는 않지만 급한 일,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 등 할 일을 총 네 가지로 나눠 놓고 바람직한 순서를 택하기도 하는데 이런 분류는 속도에 치이고 일에 쫓기는 현대인들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의 종류가 훨씬 확대되고 다변화되면서 바람직한 시간 관리의 개념도 더 세분화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삶에서 중요한 일
다산은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학문이라고 보았다. 근본을 알고 사람의 도리를 바로 세우는 학문이 유일무이하게 중요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자 정수칠에게 당부하면서 학문은 우리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고, 옛사람은 학문이 제일의 의리라고 했으나 나는 이 말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땅히 오직 하나뿐인 의리라고 바로 잡아야 한다. 대개 사물마다 법칙이 있는데 사람이 배움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그 법칙을 따르지 않는 것이고 그러므로 짐승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시급한 일은 백성을 도탄에서 구하는 일로 다산은 수백 권의 책을 썼지만 그 근본이 되는 것은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그는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를 집필한 까닭에 대해 이와 같이 말하였다.
경세란 무엇인가? 다스림을 베풀고 기강을 세워 우리의 오랜 나라를 새롭게 만들기를 생각하는 것이다. 목민이란 무엇인가? 오늘날의 법으로 우리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다. 한 백성이라도 그 은혜를 입는 자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 나의 마음이다. 흠흠이란 무엇인가? 인명에 관한 옥사는 잘 다스리는 자가 없는 것 같다. 관리에게 주어서 억울함과 원통합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나의 뜻이다.
그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마음을 다스리고 성품을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삶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것인데 다산은 책을 통해 이치를 궁구함으로써 그것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나아가 스스로를 바로 세운 것을 시작으로 나라를 새롭게 하고,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을 시급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심에서 벗어나는 방법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일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착각한 채 살아가는데 특히 말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말로 인해 벌어지는 다툼을 지켜보면 지극히 사소한 일들이 많고 우연히 지나치는 말,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로 오해가 생기고, 자존심이 상해서 다투게 되는데 그것을 풀기 위해 던지는 말에서 또 더 큰 다툼이 벌어지고 도저히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로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에 문제의 발단을 유심히 살펴보면 정작 중요한 말은 없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 때문에 문제가 벌어지고 또 심각해지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여서 중요하지 않은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 때문에 정말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곤 하는데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일로 인해 고민과 근심에 빠지는 것이다. 맹자는 이런 근심을 일조지환, 즉 하루아침에 사라질 근심이라고 했는데 이는 하룻밤만 지나면 없어질 근심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이다.
이런 쓸데없는 근심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은 중요한 일, 시급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이루어 내야 하는 일, 나 자신에서 시작해서 나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이로운 보탬이 되는 일이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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