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와 예절
음악과 시는 감성을 키워줄 수 있는 예술이다. 예는 사람 간에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덕목이다. 이 셋을 묶어서 공자는 개인의 수양을 위한 가장 소중한 도구들이라고 말했다. 사람으로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덕목인 인의예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음악과 시 그리고 예가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가 보기에 시의 주된 목적은 감정을 순화하는 데에 있었는데 이는 시를 짓는 사람뿐만 아니라 시를 감상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내용이다. 시인은 자신의 뜻을 담아 시를 짓고 그 시를 듣거나 읽는 사람은 시를 통해서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시 공부의 이점
또한 시에는 옳고 그름을 분간하게 하는 정서가 있는데 주자는 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의 성정에는 원래 바름과 약함이 있어서 그 옳고 그름을 쉽게 알 수 있고 또한 억양이 반복되어 사람의 마음을 쉽게 감동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처음 배우는 사람은 선한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미워하는 마음을 스스로 일으킴으로써 쉽게 그칠 수 없게 한다.
시가 선과 악을 쉽게 가르치고 반복하는 데에서 생기는 가락을 통해서 듣거나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여 스스로를 지켜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의 이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왜 시를 공부하지 않느냐? 시를 배우면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사물을 잘 볼 수 있으며,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원망을 해도 사리에 맞게 할 수 있으며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리는 임금을 섬기며,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다고 말했다. 시는 감성을 일으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도리를 잘 알게 할 뿐더러 풍부한 상식을 얻게 해 준다는 것이다. 공자가 그토록 시를 공부할 것을 권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이 있고 그것을 삶에서 실천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상식을 갖춘 어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시에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상식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은 지금의 사회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 공자의 가르침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절의 중요성
그 다음 예로서 바로 설 수 있다는 말은 타인과의 관계를 바르게 하는 것을 가르키는데 논어의 맨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예를 모르면 바로 설 수 없다는 문장이 이를 말해준다. 예절은 사랑과 배려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인데 행동거지 하나부터 찬찬히 다스리고 인생의 태도를 바로 세워야 타인과의 관계도 바르게 맺을 수 있고 자기 수양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주자는 예란 공경과 사양함과 공손함을 근본으로 삼아 살과 힘줄과 뼈의 묶음을 굳세게 해주므로 배움의 중간에서 우뚝 자립해서 사물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은 반드시 여기서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을 든든하게 세워주고, 배움의 과정에서 뜻을 빼앗기지 않도록 굳게 지켜주는 것이 바로 예인 것이다.
음악을 통한 배움
음악은 감정을 순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바로 조화를 알게 해주는 것이다. 주자는 음악은 오성과 십이율을 통해 노래와 춤을 함으로써 인간의 성정을 기르고, 더러운 것을 씻어낼 수 있게 한다. 의가 정밀해지고 인이 완숙해져서 스스로 도덕과 조화를 맞출 수 있게 되므로 배우는 자의 끝은 반드시 음악을 통해 이룰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학문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음악을 통해 배움이 완성된다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 덕목인 인과 의를 함양하기 위해서는 감성과 성품이 바탕에 있어야 하며, 이러한 감성과 성품은 음악과 같은 예술을 접하는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따라서 공자는 자연스럽게 도덕과 조화를 이루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글만 파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을 자주 벗삼아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나아가서 예술이 배움은 물론 삶의 완성에까지 이를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봤다.
다산도 약 18년이라는 길고 험난한 귀양 생활 동안에 시와 음악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시와 음악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고 스스로 시를 짓고 음악을 즐기면서 고난을 이길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아들에게도 시를 공부하기를 권했는데 큰아들에게 말하기를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시대를 상심하고 세태를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찬미하고 풍자하고 권면하고 경계하는 뜻이 없다면 시가 아니다. 뜻이 서지 않고 배움이 순수하지 않으면 큰 도를 듣지 못하니, 임금에게 미치고 백성을 윤택하게 할 마음을 지니지 못한 자는 능히 시를 지을 수가 없다라고 하였다.
시는 시대의 울음이라고 말하는데 옛사람들은 울분과 고뇌가 마음에 응어리질 때 그 감정을 시로 풀어냈다. 하지만 오늘날의 시는 이런 부분에 한정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아름답고 간결한 언어로 삶을 빛나게 한다. 직접 시를 짓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자신과 시절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시를 가까이할 수 있다면 내 삶을 이해받은 것 같은 깊은 위로를 느낄 수도 있다.
음악은 수양의 도구
다산은 음악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었는데 그는 음악을 연주하는 자는 금속악기로 시작해서 마칠 때는 소리를 올려 떨치며 순수하게 나가다가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마침내 화합을 이루는데 하늘은 일 년을 한 악장으로 삼아서 처음에는 싹트고 번성해 곱고 어여쁜 온갖 꽃이 향기롭고 마칠 때가 되면 곱게 물들이고 단장한 듯 색칠하여 붉은색, 노란색, 초록빛을 띤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의 소리와 계절의 느낌에서 음악의 이치를 깨달아서 이를 자신의 삶에 비유해 어떤 고난에서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아무도 손대지 않아도 아름답게 조회를 이루어가는 자연이 바로 음악의 이치인 것이고, 쓸쓸한 가을이 오더라도 이를 견디고 겨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삶의 이치인 것을 그는 음악을 통해서 깨달은 것이다.
어려움이 닥치면 더 큰 어려움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견뎌낼 수 있어야 따뜻한 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다산을 비롯해 경지에 올랐던 사람들은 음악을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수양의 도구로 삼았다. 사람과 세상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수양의 목적이자 결과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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