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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일상이 배움의 스승

by new-info-spring 2025. 5. 30.

배움의 방법

제나라의 명재상이었던 관자의 저서에는 아래의 글이 있다. 

얼굴빛이 안정되어 있으면 마음도 경건해지므로 배우는 사람은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스스로 옷매무새를 항상 단정하게 해라. 아침저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하므로 마음은 작게 하고 공경하는 태도를 지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을 한결같이 유지하면서 조금도 나태해지지 않는 것을 배움의 방법이라고 한다. 

이는 배움을 제대로 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겉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수신과 정심

대학에는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하는데 이를 일러서 수신이라고 하니 수신은 그 마음을 바르게 함에 있다라는 글귀가 실려 있다. 이는 마음과 몸의 연관성을 말해주는 구절로서 여기에서 수신의 바로 전 단계가 정심이다. 정심이란 몸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먼저 바르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마음이 바르게 되려면 몸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이치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즉 마음과 몸은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무너지게 되면 자연히 다른 것도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위 첫문장에서 얼굴빛이 안정되어 있으면 마음도 경건해진다는 것이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몸을 바르게 하는 것은 하루를 시작해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취해야 하는 바른 자세를 말하는데 먼저 복장을 바르게 해야 하고, 배움의 자세를 잃어서는 안 되며 마음을 작게 해서 공경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마음을 작게 해야 한다는 뜻은 소심한 성격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신중하고 공경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고 이런 마음가짐을 흔들림 없이 지키고 한순간도 나태함이 없이 열심히 한다면 올바른 배움의 자세를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배움의 자세

올바른 배움의 자세란 마음이 바른 것과 함께 겉모습의 경건함도 지녀야 하는 것으로 마음이 바로 서야 뜻이 허망한 곳으로 흐르지 않고, 겉모습이 빈틈이 없어야 올바른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논어에서는 위나라 대부 극자성이 공자의 제자인 자공에게 군자는 본디 바탕만 갖추고 있으면 되는 것이지 겉모습이나 형식은 꾸며서 무엇하겠습니까라고 말하자 자공이 무늬도 바탕만큼 중요하고 바탕도 무늬만큼 중요한 것이니 만약 호랑이와 표범의 가죽에 털이 없다면 개와 양의 가죽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학문과 수양을 통해서 스스로의 내면을 잘 가꾸었다면 겉으로도 이를 잘 표현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뜻으로 학문과 수양은 깊은데 이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거칠고 야만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면은 잘 갖춰져 있지 못하면서 겉만 번드르르한 사람은 속 빈 강정으로 겉과 속의 괴리가 심해질 수록 가식적이게 되고 겉과 속이 잘 어우러져야 비로소 어른다운 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산도 이와 같이 바탕과 겉모습이 어우러지는 배움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서 항상 강조하였다. 그는 활달해서 자유스러움을 좋아하고 구속을 싫어하는 자는 꿇어앉아야만 학문을 할 수 있는가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그릇된 말이고 사람은 항상 경건한 태도를 가질 때 그 무릎이 저절로 꿇어지는 것이고, 꿇어앉은 자세를 풀게 되면 마음의 경건함도 해이해지기 마렴이며, 안색을 바르게 하고 말씨를 공손히 하는 것은 꿇어앉지 않고는 이루어지지 않는데 이 것에 따라 스스로의 의지와 기개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니 꿇어앉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였다.

배우는 자에게 배움에 대한 열망과 경건한 마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는 자세가 나오게 되는데 무릎을 꿇어야만 바른 자세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올바르다면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게 되는 것이니 그것은 강요에 의한 것도 아니고 노력에서 나오는 것도 아닌 것이다. 만약에 겉모습이 해이해지게 된다면 마음의 경건함이나 배움의 열망 모두 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겉모습의 중요성

다산은 군자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높이 두며, 묵묵하게 바로 앉아서 공손하기가 마치 흙으로 빚은 사람과 같고 말은 도탑고도 엄정해야 하며 이와 같은 태도를 갖춘 후에야 능히 뭇사람을 위엄으로 복종시킬 수가 있고, 그의 명성이 퍼져서 오래도록 멀리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 말도 역시 겉모습의 엄정함을 말하고 있는데 모습을 꾸미라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이 곧 배움이며 일상이 곧 배움의 장소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행하는 모습을 말하고 있다. 평상시에 이렇게 행동하게 되면 그 위엄이 저절로 드러나고 사람들로 하여금 믿고 따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 명성도 자연스럽게 퍼져 나가는 것이다. 현 시대에서도 이런 자세는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특히 현대 사회에서의 단체나 회사에서 직위가 높은 사람이나 사회의 지도자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다산이 제자들에게 이와 같은 가르침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삶 자체가 그의 가르침과 어긋남이 없이 일치하기 때문이었고 복숭아뼈에 세 번 구멍이 났다는 그와 관련된 고사가 바로 그가 가지고 있던 당당함의 근본을 말해주는 것이다. 즉 흙으로 빚어진 것처럼 스스로를 깎아 글을 썼던 엄격함을 갖추었기에 누구도 그의 가르침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면과 겉모습의 조화

내면의 충실함은 엄정한 겉모습이 뒷받침되어야 하듯이 우리도 만약 이루고 싶은 큰 꿈을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하루하루의 충실한 날들을 만들어 나가서 그것을 바탕으로 삼고자 노력해야 한다. 일상은 단지 각각의 하루의 모습이 아니라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차곡차곡 쌓아 나가서 이루는 것이고 이렇게 쌓아 나가서 최종적으로는 원래 상상했던 커다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일상이 배움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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