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 나오는 박학독지 절문근사 라는 말의 뜻은 폭이 넓게 공부하고 뜻을 충실히 하고, 절실히 묻고 가까운 것에서 미루어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공자의 제자인 자하가 진정한 학문의 자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 말이다. 우리는 이 말에서 공부를 어떻게 일상에서 실천해야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성인의 시작
인간은 스무 살이 되면 성인식을 치르고 성인의 예를 배운다. 그 예라는 것은 공통적으로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어른을 공경하는 자세를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성인이 되면 어른으로서 가져야 할 지식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 것의 시작이 바로 넓게 공부하는 것이다.
넓게 공부한다는 것은 항상 올바른 뜻을 가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며 깊이 있는 학문을 겸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문의 깊이만 추구하고 폭넓은 배움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에는 식견이 부족한 사람이 되고, 폭넓게 배운 것만 있고 그 지식에 깊이가 없는 사람은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학문을 배웠다고 해서 그 학문이 내 것으로 무르익기도 전에 지식을 드러내는 데에만 급급하면 경박한 사람이 되는데 이런 경우들의 특징은 자신의 얕은 지식으로 남을 훈계하려 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의 원인은 보통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교만이 원인이다. 이런 경우 학문도 더 크게 이룰 수 없고, 세상에서 뜻을 펼쳐 좋은 일을 하기에는 깊이가 부족하여 할 수가 없게 된다.
학문을 배우는 목적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을 보면 긴 귀양살이를 겪으면서도 학문에 집중하는 이유를 자신의 자식들에게 가르치면서 진정한 학문의 의미를 알려주고 있는데 우선 첫번째는 학문은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고 자기 내면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식들에게 경전과 역사서를 읽기를 권했는데 이는 사람됨을 완성해가는 근본에 충실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되어 올바른 삶을 꾸려가고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쌓아가기 위한 공부인 것이다. 그 다음에 공부를 통해서 다른 사람과 세상에 도움이 되라 가르치고 있다.
쉼없는 공부
다산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이제 너희는 폐족이다. 그러므로 더 잘 처신해서 원래보다 훌륭하게 된다면 더욱 기특하고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뿐이다. 독서는 사람의 일 중 가장 깨끗하고 중요한 일일 뿐더러 살면서 중간에 재난을 겪어본 젊은이들만이 진정한 독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가르쳤다. 뜻도 모르면서 그냥 글자만 읽어내는 것은 진정한 독서라고 할 수 없다.
공자는 옛날 학자는 자신을 위해 공부했고, 요즘의 학자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를 한다라고 했다.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경우에는 공부를 하면서 발전해 가는 자신의 성장을 기뻐하고 그 성장의 한계는 없다. 하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를 하면 남보다 빠른 출세나 더 좋은 자리를 가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므로 어느 순간이 되면 공부를 멈춘다. 즉 성공을 이루면 더 이상 공부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다산이 아들에게 가르친 것이 바로 이 부분으로 고난 속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사람은 언젠가는 그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찾아온다. 고난을 통해 얻어진 지혜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산의 아들은 폐족의 한계를 넘어서서 큰아들은 관직에 진출하고, 두 아들 모두 시인과 문장가로 그 명성을 높였다.
실력을 쌓고 자신을 다듬어 가는 데에 열심인 사람은 다른 작은 일들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쌓아온 내공과 실력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게 된다. 물이 잔쯕 밴 옷감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드러나지 않고 굳이 자랑하지 않더라도 실력이 보이고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력과 얕은 지식을 마구 드러내는 사람은 내공이 깊게 쌓일 틈이 없다. 조금의 지식만 모여도 그것을 과시하기 위해 마구 퍼내어 쓰기 바빠서 고일 틈도 없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 전국시대의 학자 순자는 군자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마음에 불어서 온몸으로 퍼져 행동으로 나타나고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입으로 나가는 입과 귀 사이는 겨우 네 치에 불과하니 어찌 일곱 자나 되는 몸을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가 라고 재미있게 표현한 바 있다.
보고 들은 가르침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이고 공부의 끝은 일과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 계속되는 한 공부의 끝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가정에서의 교육
공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교육이다. 교육은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시작되는데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학교에만 맡기지 말고 가정에서부터 상식과 도리를 잘 가르쳐야 한다. 이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이에게 기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하더라도 부모가 실제 삶에서 가르친 내용과 어긋나게 행동한다면 자녀는 자신이 배워온 것들을 의심하게 된다.
공자는 논어에서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고 했는데 이는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그 어떤 가르침도 소용이 없으며 이는 군자의 자세도 아니라는 것이다.
실천이 중요하므로 생활 속에서 자식들에게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지 말고 속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며 항상 바른 길을 겆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부모가 바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기가 했던 말을 지키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녀는 남을 속이는 삶의 방식까지 배우게 된다.
바르게 선 사람은 어떤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 작은 이익과 빠른 결과만을 쫗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부모가 눈앞의 상황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타협없이 바르게 살아갈 때 자녀는 그것을 따라 하면 자신의 삶도 바로 세운다. 배움에 있어서 많이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자세로 듣는 것도 중요한데 이는 들은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왜곡해서 듣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바탕으로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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