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으로서의 음악

중용에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아직까지 생기지 않은 것을 중이라고 하는데 그것들이 생겨나서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고 하고 중은 천하의 커다란 근본이며 화는 천하에 통하는 도이며 중화에 이르면 하늘과 땅이 자리를 잡게 되고, 만물이 자라나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음악은 조화의 예술

중이란 것은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하늘이 준 선한 본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세상의 근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화란 감정이 드러나되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조화롭게 드러나는 상태이다. 따라서 세상이 조화롭고 잘 다스려지려면 화의 도리가 지켜져야 하는데 공자는 이것을 이루기 위해 바로 조화의 예술인 음악을 항상 접하고 몸에 익혀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음악 교육의 이유

순임금이 대신인 기에게 장래의 예비 지도자인 고관대작들의 맏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라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음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교화도 없으며 풍속도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스스로를 잘 다스리려면 어릴 때부터 음악을 배우고 몸에 익혀야 하며, 특히 사회의 지도자가 될 인재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옛 소학의 주석서인 집해에서는 이 부분을 아래와 같이 해설하고 있다. 

곧은 자는 온화함이 부족하므로 온화하고자 하고, 너그러운 자는 그 엄숙함이 모자랄 수 있으니 한쪽으로 편벽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보충하는 것이고, 강한 자는 곧 오만함에 이를 수 있어 그 오만함을 피하려 하니 모두가 그 지나침을 막아서 경계하고 금하려는 것이다. 인재들을 가르치는 자들은 이와 같이 하되 그 가르치는 바의 도구는 오로지 음악에 있으니 음악은 그 영향으로 사람에게 중화의 덕을 기를 수 있게 해서 기질의 편벽됨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용의 덕이란 곧음에 온화함을, 너그러움에는 엄숙함을, 강함에 겸손함을 가르치는 것으로 수양하는 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되는 것이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쓴 중용은 이런 중용의 도리에 대해 가르치는 책으로 사서의 하나로 꼽히며 음악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다산 또한 중용에서의 중은 시간과 사물 사이의 차이와 변동에 따라서 거기에 알맞은 도리를 말하는데 평범한 일상에서 가장 타당한 경지이며 용은 언제 어디에나 있고 영원불변한 가치라서 곧 중용의 길은 가장 평범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덕이 있어야만 올바로 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얘기하였다.

 

음악 교육의 중요성

다산 정약용도 음악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여 악서고존이라는 책을 남겼는데 이는 육경 가운데 하나인 악경이 사라져서 없어졌음을 안타까워하여 기존의 자료들에서 악에 관한 모든 것들을 집대성해 자신의 견해를 밝혀 놓은 내용이다. 그는 이 책에서 개인의 수양은 물론 세상의 화평을 위해서도 음악은 반드시 필요하며 음악은 조화로움을 통해 중용의 덕을 취하고 감정을 잘 다스려 개개인의 삶을 평안하게 한다고 아래와 같이 썼다.

성인이 거문고, 비파, 피리 등의 음을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귀와 마음으로 들여보내어 그 혈맥을 움직여 화평하고 즐거운 뜻을 높인다. 따라서 순임금의 음악이 이루어져서 여러 곳의 수장들이 서로 화목하고 즐거워하였다. 효과가 이와 같으니 사람을 가르칠 때 반드시 음악으로 하는 것이 마땅치 않겠는가. 성인의 도도 음악이 아니면 시행되지 못하며 왕의 정치도 음악이 아니면 성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천지만물의 정도 음악이 아니면 조화롭게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음악이 사라지면 형벌이 가중되고, 전쟁이 일어났으며, 원망과 사기가 성행하게 되었다. 일곱가지 감정 가운데에서 일어나기는 쉽지만 제어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 분노인데 답답하고 우울한 사람은 마음이 화평하지 못하며, 원한이나 분노가 있는 사람은 그 마음이 풀리지 아니한다. 만약 형벌을 통해서 기분을 통쾌하게 하면 잠깐 풀릴 수는 있겠으나 음악을 듣고 화평해지는 것만은 못 한 것이다.

 

음악의 영향력

음악은 그 자체의 조화로움이 있어서 그를 통해서 중용의 덕을 취하고, 감정을 잘 다스려 개개인의 삶을 평안하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나라의 통치와 천하의 평안조차도 음악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음악이 없는 세상은 넘쳐나는 분노와 원망을 풀지 못해서 혼란스럽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미 오래전부터 공자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과 고전에서는 음악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어린 시절에서부터의 음악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

 

현대사회와 음악

현대사회에서 음악을 공부의 일부로 삼아서 완성된 경지에 이르자는 조언은 선뜻 와 닿지는 않을 말이다. 공부에 있어서 옛 선비들처럼 음악을 공부할 수는 없겠지만 음악을 통해 삶에서 보다 풍성함을 찾는 즐거움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음악은 번거롭고 쳇바퀴처럼 돌아 지치는 일상에서 위로와 함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의욕이 생기게 하거나 감정을 스스로 잘 다스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더 잘 유지할 수 있는 감정을 키우는 부분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린 아이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기르고 또 음악을 접하며 살아가는 양식을 가르치는 교육이 당장의 대학 입시 교육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예부터 내려오는 학자들과 고전의 가르침을 보면 아이가 더 행복한 어른이 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음악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이나 재물을 향한 질주를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예술적인 창작물들에는 사람다운 삶과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조화있는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줄 수 있는 끝없는 잠재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