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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행동과 말

by new-info-spring 2025. 6. 17.

경솔함을 경계하라

 

논어에는 공자가 제자 자장에게 말의 충실함과 행동을 경건하게 하는 것에 대해 가르쳤던 내용이 나오는데 공자는 출세하는 방법을 물어보는 자장에게 이렇게 가르침을 준다.

주변에서 많은 것들을 들어보되 그 중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빼고 그 나머지만 조심스럽게 말하면 허물이 확연히 적고, 주변에서 많은 것을 볼 때 위태로운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빼고 나머지만 조심스럽게 행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적을 것이다. 스스로 하는 말에 허물이 적고 하는 행동에 후회할 일이 적으면 그 사람의 출세는 자연히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다문궐의와 다견궐태의 성어가 나오는 고사로서 폭넓게 듣고 보는 것으로 견문을 확장하는 일은 당연하게 필요한 것이지만 확실하지 않은 것이나 예에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잘 분멸해서 제쳐놓은 후에 말하고 행동하라는 가르침이다. 이렇게 하면 허물이 줄어들고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공자의 제자인 자장은 과유불급과 관련된 고사로 후에도 유명해진 인물인데 공자는 자장을 다른 제자인 자하와 비교하면서 항상 조급하고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품을 지적한 적이 있다. 이처럼 나서고 적극적인 성품답게 자장은 출세에도 빠른 길을 원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스승인 공자에게 질문했는데 공자는 자장의 성품에 맞추어 적절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가르침이지만 풀이를 잘 해보면 이런 뜻이다.

자장 너는 너무 급하고 매사에 빨리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성향이 문제인데 이런 성향은 조급한 말과 행동으로 겉으로 드러나게 되니 조급한 말로 인하여 허물을 만들고 조급한 행동으로 인하여 나중에 후회할 일들을 만들게 된다. 행동과 말의 조급함을 조심한다면 다른 부분은 훌륭해서 크게 걱정할 점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출세도 이루어질 것이다.

 

공자는 이와 같이 행동과 말의 경솔함을 경계했고, 재능이 뛰어나고 성품이 적극적이고 훌륭한 사람이더라도 너무 지나치게 성공을 이루고자 집착하면 행동과 말에 허물을 만들게 되고 스스로 망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과 말

 

행동과 말

 

고서 위령공에서도 공자가 자장을 가르친 내용이 있는데 자장은 스승에게 처세를 어떻게 하면 세상에서 나의 뜻을 널리 펼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번에도 결과를 빨리 가져오길 원하는 자장의 질문에 공자는 위와 비슷한 내용의 가르침을 준다.

 

말을 함에 있어서 충실하고 믿음이 있으면 그 사람의 행동이 진지하고, 경건하다면 먼 나라에 가서도 그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을 할 때 충실함이 없고 믿음도 없으며 행동함에 있어서 진지함이나 경건함이 없다면 아무리 작은 마을에 가서도 뜻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이 말에서 뜻하는 바를 이룬다는 것은 어디에 가서든 사람들을 잘 다스리고 바르게 이끌 수 있다는 뜻으로 행동과 말이 충실하고 믿음이 가면 어떤 곳이라도 편안히 지도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어떤 작은 곳에서도 잘 지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선비가 됨에 있어서 펼치려는 뜻은 세상을 잘 다스리는 데에 있고 그 자질이란 말을 충실하게 하는 것과 행동을 경건하게 하는 것에 있다는 가르침이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실용학문

 

이처럼 공자의 모든 가르침은 나라와 세상을 바르게 다스려야 한다는 것으로 다산은 이에 대해 공자는 그 제자인 자로와 연구 등에게는 항상 정치적인 일들을 논하며 인품을 설명했고 제자 안자가 도에 관해 물었을 때에도 항상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는 방법에서 답을 주었으니 이를 볼 때 공자의 도란 세상을 잘 다스리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문장이나 글자 속에만 얽매여서 숨은 학자로 자처하면서 큰 일을 이루는 것에 힘을 쓰지 않으면 공자를 따르는 무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다산의 말은 공자의 가르침 자체가 그냥 피상적인 이론인 것이 아니라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한 실용적인 측면에 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다산이 공자의 가르침을 해설하면서 학문은 스스로를 높이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학자 스스로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마음에 새기기

 

공자는 제자인 자장을 가르치면서 더 확실한 비유를 들었다. 서 있을 때는 눈앞에 그런 덕목이 늘어서서 서 있는 듯하고 내가 수레에 타고 있을 때에는 멍에에 그것들이 기대어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인 후에야 세상에 통할 것이다. 

서 있을 때는 물론 수레에 타고 있을 때에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과 어떤 때에 있더라도 항상 명심해서 염두에 두고 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출세하지 못했더라도 명심해야 하고 내가 출세해서 멋진 수레에 타고 있더라도 명심해야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나 공적인 자리에서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장은 공자의 이 가르침을 받아서 자신의 예복의 띠에 적어두었다고 한다. 예복에 새겼다는 것은 스스로 마음에 잘 새겨 절대로 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확고하게 한 것이다. 

 

근본에 충실하자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스스로 품은 큰 뜻을 이루어 크게 출세하는 것이나 모든 사람이 원하는 빛나는 미래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고자 노력해 볼 것이다. 공부를 잘 해서 실력을 키워서 남들보다 많은 기회를 잡거나 혹은 그렇게 잡은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경험도 많이 쌓고 커리어를 만드는 것이 요즘 생각하는 성공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성공하기에 앞서서 우리가 성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덕목은 바로 나의 행동을 경건하게 하고 말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말을 충실하게 하면 그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보여줄 수 있고, 행동을 경건하게 하면 그 사람이 품격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공자의 가르침을 줄여서 말하면 근본에 충실한 사람이 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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